[나경택 칼럼]우려스러운 ‘코피 작전’

기사입력 2018.02.1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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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최근 주한 미국대사 임명이 철회된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도 영어로만 얘기하는 사람이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미국에 유학 왔다가 정착한 부모로부터 한국말을 배워 한국말을 할 줄 알았지만 그의 모국어는 엄연히 영어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가 된 성 김만 해도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주해 모국어는 한국어인 것과 비교된다. 빅터 차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는 첫 보도는 이미 지난해 8월에 나왔다. 그러나 뒤이어 내정이 취소됐다느니, 내정 자체가 없었다느니 하는 혼란스러운 소문이 흘러 나왔다. 임명 절차도 이례적으로 질질 끌었다. 그러나 결국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의 아그레밍(임명 동의)까지 받았는데 미국에서 돌연 임명이 철회된 것이다.

구체적인 철회 이유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 내에 그의 대사 임명을 저지하려는 지속적인 움직임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빅터 차는 1994년 컬럼비아대에서 한·미·일 관계를 다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에 적을 두고 방송 등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조언하다가 2004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국장으로 들어가 2007년까지 일했다. NSC 아시아국장으로 임명됐을 때 “한국에서 내게 갖는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미국의 이익도 강조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의 한층 높아진 충성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듯하다. 그는 북핵 문제에서 흔히 매파로 분류되지만 스스로는 강경 네오콘임을 부인한다. 그는 대사 검증과정에서 미국의 북한 핵·미사일 시설 정밀 타격에 반대 견해를 피력했다. 반대의 명시적인 이유는 군사작전 시 한국인의 입을 피해를 걱정해서라기보다는 한국과 일본에 거주하는 미국인을 대피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대사 내정자가 미국인을 먼저 걱정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가 말하지 않는 내심에는 부모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 본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이전에 주한 미 대사가 부임하기를 희망했던 우리 정부도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지난달 두 차례 외교채널을 통해 신속한 대사부임을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진행 중”이라는 짧은 답변만 했을 뿐 내정 철회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공개할 수 없는 내밀한 진행 상황도 공유하면서 함께 대책을 세우는 게 동맹이고 우방이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서로 터놓고 속내를 얘기할 만큼 신뢰가 두텁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3개월째 이어지는 주한 대사 공백 상태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대사가 동맹 간 정책 협의의 유일한 채널은 아니지만 북핵 위기 국면에서 대사의 공석 장기화는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지금은 한·미 양국이 굳건한 신뢰와 소통을 통해 최상의 외교·협상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한반도에 무력충돌의 폭풍우가 내릴 수도 있는 그런 중대한 고비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알려진 것 이상으로 대북 군사공격을 검토해 왔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북 강경파로 손꼽히는 빅터 차도 반대할 정도로 무모한 전략이 미국 수뇌부에서 논의돼 온 것이다. 제한적 정밀 타격인 ‘코피 전략’은 북핵 시설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다. 한국 정부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남북대화를 북·미 대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대화보다는 군사모험주의에 경도돼 있다. 미국 고위인사들의 최근 발언을 보면 올림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 한 태도다.

이 엄중한 시기에 주한 미국 대사라는 한·미 간 핵심 소통채널의 단절도 방치하고 있다. 미국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가 미국의 고민을 이해하고 미국과 호흡을 완벽하게 맞춰나가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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