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한국연극 <삼월의 눈>을 통해 본 북한연극의 세계

기사입력 2018.02.27 21:32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이용웅교수님-230e.jpg
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연극 평론가 정중헌 씨는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국립극단의 <삼월의 눈>을 관람하고, “우리네 심성이 배어있는데다 나의 모습을 보는듯해 먹먹해진 연극”이라고 하고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의 초연에 출연했던 원로 배우 ‘백성희 · 장민호’ 씨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노부부의 일상을 보는듯한 '연극 같지 않은 연극'이라고 했습니다. 훌륭한 평(評)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연극 같지 않은 연극'은 없다고 생각하며 연극을 접해왔습니다. 비록 ‘주체사상“을 근저(根底)로 하는 북한 연극까지도 연극은 연극입니다.

 

2011년 3월 서울 백성희장민호극장(백장극장) 개관기념 공연작(백성희·장민호 주연)으로 초연(初演)되었던 <삼월의 눈>은 희곡보다 연출(손진책)이 돋보이는 연극입니다. '연극 같지 않은 연극'(?)의 대본을 가지고 '연극 같은 연극'으로 만든 연출가의 미래을 보는 혜안(慧眼)이 하얀 하늘과 땅에서 더 뚜렷했습니다. 연출 손진책 씨는 “<삼월의 눈>은 내리는 순간 찬란하지만 땅에 닿으면 녹아버리는 우리의 인생살이 같은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연극]마당놀이 공연장에서 손진책 연출과 필자.jpg
[연극]마당놀이 공연장에서 손진책 연출과 필자

 

 그리고 그는 “갈등도 반전도 없이 유한한 시간 속의 유한한 생명들을 침묵의 소리로 보여줍니다. 봄 마당의 다람쥐꼬리 같은 햇볕에도 내려앉지 못하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눈발처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우리 곁에 함께 살고 있는 생명들, 기운들에 관한 이야기를 여백으로만 그려 놓았습니다.”라고 하고, “생성과 소멸의 유기적 연속성을 생각한다면 꼭 애잔한 이야기로만 볼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연출의 변(辨)을 피력했습니다. 이 연극은 ‘하염없이 눈물을 났다“고 한 저명한 관객의 평(評)은?

 

 <삼월의 눈>의 막(幕)이 오르면...오른쪽 방에서 자애로운 모습의 노파(손숙)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를 흥얼거리며 나와 마루 왼쪽으로 걸어갑니다. 그녀는 왼쪽 방 툇마루로 다가가 방문 앞에 놓인 둥근 체에 담긴 붉은 털실과 뜨개바늘을 꺼내 들고는 툇마루에 앉아 뜨개질을 시작합니다. 잠시 후 한 노인(오현경)이 들어와 천정에서 늘어뜨린 줄을 잡고 신을 섬돌에 벗은 후 대청으로 올라섭니다. 이어 이들 노부부(老夫婦)의 삶의 대화가 계속됩니다. 그리고 3월의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아내는 집을 나서는 남편에게 한쪽 팔은 뜨개질이 덜된 붉은색 털실 윗도리를 입힙니다...그리고 내리는 3월의 눈과 여배우에게 조명이 집중되면서 연극은 관객의 박수와 더불어 막(幕)이 내리고...이 연극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3월 11일(일)까지 계속 공연됩니다.

[연극]삼월의 눈 관람(필자).jpg
[연극]삼월의 눈 관람(필자)

 

한마디로 ‘손진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마당놀이’로 그와 인연을 맺은 필자가 그의 훌륭한 삶을 재조명해 보면서 문득 ‘극단 미추(美醜)’가 생각났습니다. ‘미추’는 ‘아름다움과 추함을 동시에 표출하는 우리 몸의 느낌을 일컫는 것’이라고 하는데, <삼월의 눈>을 보면서 그가 고향 ‘미추’로 진정한 회귀(回歸)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삼월의 눈>을 관람하면서 ‘북한연극’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작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북한연극의 세계!

 

북한연극의 지침서인 <연극예술에 대하여>를 집필(?)한 김정일은 “우리가 연극혁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로부터 10 여 년이 지나갔습니다. 이 기간에 연극예술인들은 당의 연극혁명방침을 높이 받들고 위대한 수령님께서 항일혁명 투쟁시기에 몸소 창작하신 불후의 고전적명작들인 혁명연극들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5대혁명연극은 당의 연극혁명방침이 낳은 고귀한 결실이며 당과 수령에게 끝없이 충실한 연극인들의 헌신적 노력이 가져온 자랑찬 열매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김정일의 연극론이 절대적인 북한연극에 ‘삼월의 눈’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북한연극은? 우선 다음 세 가지 유형의 무대를 살펴봅니다.

[연극]북한-승리의 기치따라.jpg
[연극]북한-승리의 기치따라

 

1. <승리의 기치 따라> : 1993년에 국립연극단에 의해 창작된 ‘혁명연극’(작가․길탁건. 연출가․리단, 리몽훈)! 북한에서는<승리의 기치 따라>가 “《성황당》식 혁명연극 창작성과에 토대하여 날로 발전하는 우리나라 연극예술의 면모와 무대연기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대걸작”(위의 책, 62쪽)이라고 극찬, 이 연극은 한마디로 김일성 우상화의 ‘본보기’ 입니다. 그런데 김일성은 자신을 우상화한 작품을 관람했습니다. 이 연극은 “때 :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시기 1952년 말부터 1953년 7월까지/ 곳 : 우리 나라 전선동부”입니다.

 

2. <분노의 화산은 터졌다> : 북한은 1960년의 4.19혁명을 대남 비방의 호재로 삼아 희곡을 내놓았습니다. 희곡 《분노의 화산은 터졌다》는 1960년 6월에 발행된 《조선문학》6월호에 실려 있으며, 12장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북한의 대표적인 극작가인 송영이 1960년 5월 14일에 탈고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분노의 화산은 터졌다》가 이승만의 하야 성명 발표(1960년 4월 26일) 18일 뒤에 탈고되었다는 것은 북한문학예술의 정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연극은 “때 : 1960년 4월 19일 전후/ 곳 : 남조선” 입니다.

 

3. <한드레벌의 새전설> : ‘한드레벌’은 “평안북도 태천군의 남부 대령강과 그 지류 천방강 연안에 이루어진 벌”로 김정일이 2000년 1월에 ‘현지지도’했는데, 이 벌을 김정일이 직접 나서서 “태천군의 주요 알곡생산지로 전변되였다.”(578쪽)고 합니다. ‘한드레벌’은 북한문학 예술의 중요한 소재 중의 하나이며, 연극 <한드레벌의 새 전설>은 김정일 우상화의 ‘본보기’ 입니다. 이 연극은 “때 : 현대 어느 봄날/ 곳 : 토지정리로 천지개벽된 평안북도 태천군의 어느 한 마을에서” 입니다.

 

북한연극! <조선대백과사전(27)>은 “조선연극은 주체34년 8월 15일 조국이 광복된 때로부터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당-조선로동당의 옳바른 령도 밑에 항일혁명연극의 혁명전통을 계승하여 새 조국건설에 이바지하는 민주주의민족건설에 이바지하는 민주주의민족연극건설의 한길로 발전하게 되였다”고 했습니다. 북한연극은 이 틀 안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 세 부류의 작품들이 이에 해당하며, 북한연극의 99%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북녘땅에서는 <삼월의 눈(雪)>을 결고 만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남녘땅에서는 지금(只今)부터 ‘부끄러운 연극인의 눈(眼)’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북한 같으면 아오지 탄광 행!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www.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