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ㅡ 나경택칼럼>당신은 어느나라사람입니까?

기사입력 2013.03.2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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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ㅡ나경택칼럼>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여야의 정부 조직 개편 협상이 대통령직인수위가 국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낸 지 47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21일 만에 타결됐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원안 고수’라는 강공으로 타협의 여지를 좁혔고, 여당은 집권당에 걸맞은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야당은 지루한 버티기로 편협하다는 인상을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부터 새 정부가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 분위기를 일신해 위태한 안보  공백, 어려운 경제 공백, 흐트러진 행정 공백을 빨리 메움으로써 국민의 불만을 덜어줘야 한다. 그동안 식물 국회, 식물 정부, 식물 국가를 보는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새 정부의 성패는 첫 100일에 달려있다는데 정부는 벌써 상당 기간을 허송세월했다. 국민은 박 대통령과 그가 구성한 내각 및 청와대가 새로운 국정철학을 어떻게 실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박 대통령은 본인이 제시한 국민중심 행정, 부처 간 칸막이 철폐, 현장 중심 정책 피드백, 공직기강 확립 등 새 정부 운영의 4가지 원칙이 하루빨리 뿌리내리도록 독려해야 한다. 여야는 이번에 정부조직법뿐만 아니라 쟁점 현안에도 합의했다. 본래 박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상반기 중 법제화하기로 했다.

이로서 검찰은 개혁의 칼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기업의 담합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검찰고발 요청권을 중소기업청장 조달청장 감사원장에게 부여하고 고발 요청이 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장이 의무적으로 고발토록 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고발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3월 국회에서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취득세, 감면 연장 안을 처리하고, 6월까지 인사청문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관련법을 개정키로 한 것도 고무적이다.
 
여야가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자격심사안을 3월 임시국회에서 공동 발의키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나면 즉각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감사원의 4대강 감사가 미진할 경우 국정조사를 벌일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은 야당의 소득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끼워 팔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검찰과 감사원이 수사와 감사를 제대로 하도록 견제한다는 의미도 없지 않으나 국회가 지나치게 수사권과 감사권을 침해한 것으로 선례가 되면 곤란하다. 지금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국회 의석을 모두 합치면 141석으로 전체의 47%를 넘고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에서 여당의 일방통행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대통령과 여당은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대통령과 여당이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야당을 존중하는 정치력을 되살리지 않는 한 제2, 제3의 정부조직법 사태는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에 새 대통령에게 일정 기간 협조해주고서 그 결과를 갖고 정치적 논쟁을 벌여야 한다는 상식과  순리를 저버렸다. 야당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국민이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깨닫고, 자신의 투쟁이 중장기적으로 이익이 될지 해가 될지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지혜와 안목만 가졌더라면 상황을 이 지경으로까지 끌고 오진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가 국민은 세부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안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다 감정싸움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려다 결국 정치적 흥정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번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사태는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 정치는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민은 정치가 뭔지도 모르는 대통령과 여당, 야당이 앞으로 5년 산적한 나라 현안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나경택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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