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 김진표 국회의장"

기사입력 2023.05.2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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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

 

[선데이뉴스신문=이종록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늘 5월 23일(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 참석했다. 김 의장은 추도사에서 대통령님, 노무현 대통령님. 잘 계신지요? 그곳에서는 평안하신지요? 손꼽아 세어보니 저는 대통령님을 6년 동안 모셨고, 떠나보내고 또 14년을 살았다. 이제, 모신 시간보다 떠나보낸 시간이 곱절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해마다 찔레꽃 필 무렵이 되면 대통령님이 그리워지고, 불쑥불쑥 가슴이 저려온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분들이 그런 마음으로 차마 대통령님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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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03년 1월이던가요? 그날, 대통령님께서는 요즘 도통 잠을 못 이루신다며 성공한 대통령이 되자면 무엇부터 해야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제가 경제밖에 모르긴 합니다만, 다른 걸 다 잘해도


경제에 실패하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하고 말씀드렸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또 그 얘기입니까? 이미 OECD 국가고, 성장만 보고 달려왔는데 언제까지 경제 하나만 매달려야 합니까?”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경제를 성공시켜 국민에게 사랑받은 클린턴 대통령 사례를 들며, 국민의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경제의 중요성이 높아진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대통령님은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인정합니다. 그럼 경제를 잘하자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물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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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통령님. 저는 지금도 그때 벅차오르던 그 심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날, 저는 객관적 사실 앞에서는 필생의 소신까지도 기꺼이 접을 줄 아는 산처럼 큰 용기를 지닌 정치인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경제를 잘하자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시던 그 질문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말씀이 되었습니다. 그날, 인재를 널리 찾아야 한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성문 밖에 살던 사람이 성문을 열고 들어가 나라를 경영하자면 성문 안팎에서 사람을 두루 찾아야 한다는 말씀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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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대통령님은 지방 출신의 비주류 정치인, 성문 밖 사람이셨지요. 저는 평생을 공직자로 살아온 성문 안 사람이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성문 안팎을 가리지 말고 정부 주요 직책에 임명할 수 있는 인재풀을 적어도 3배수 이상 충분히 만들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때 그 결정이 참여정부 5년을 이끈 든든한 힘이 되었습니다. 그즈음, 선거 때 한 공약을 다 지키지 못할 것 같아 괴롭다는 말씀도 꺼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100대 국정과제를 뽑아서 예산과 일정 등 상세한 추진계획을 세운 다음,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자세히 보고드리면 혹 임기 안에 추진하기 어려운 지역공약이 있더라도 우리 국민께서 충분히 납득하실 거라고 말씀드렸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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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대통령님께서 무릎을 치며 활짝 웃으셨습니다. 마음의 짐을 벗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시던 대통령님을 보면서 저는 속으로 ‘우리 국민이 참 솔직한 대통령을 만났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일요일 밤, 대통령님 내외분께서 인수위원회 사무실을 찾아오셨던 일도 생각납니다. 그날, 대통령님께서는 “밥은 먹고 일해야지요” 하시며 손수 사 온 초밥을 꺼내셨습니다. 그때, 내외분이 나눠 끼고 오신 금가락지가 눈에 띄어서 누군가 ‘커플링을 하셨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수줍어하는 여사님의 만류를 물리치고 가락지를 나눠 낀 사연을 들려주셨습니다. 독학으로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대통령께서 녹음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사님께서 결혼패물을 팔아 녹음기를 사오셨습니다. 그때, 대통령님께서 꼭 다시 패물을 사주겠노라 다짐하셨고, 그날 문득 그 생각이 나서 가락지를 나눠끼었다는 말씀이었다고 전했다.

 


[이종록 기자 rokjongkk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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